<p></p><br /><br />그라운드 제로.<br><br>9.11 테러 이후 쌍둥이 빌딩을 그대로 지어서 미국의 재건 정신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, 뉴요커들은 슬픔을 감추는 것보다 드러내는 쪽을 택했습니다.<br><br>미국인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거대 폭포와 하얀 새가 날아가는 모습의 오큘러스 환승역까지.<br><br>전세계인이 희생자들을 자연스럽게 추모할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이 됐죠. <br><br>우리도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, 씨랜드 화재 같은 모든 국민을 가슴 아프게 한 참사를 겪었지만, 사고의 무게에 비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간은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.<br><br>내일 삼풍백화점 참사 26주기를 앞두고 현장카메라 여현교 기자가 점검했습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"26년전 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사고 추모 공간입니다. 당시 사고현장과는 5km 떨어져 있는데요, 지금 현장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위령탑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이곳 양재 시민의숲 공원 구석에 위치해있습니다." <br> <br>목적을 잃어버린 추모공간 이곳뿐이 아닙니다. 현장으로 갑니다. <br><br>삼풍백화점 사고 1년전 일어났던 성수대교 붕괴 사건. <br> <br>당시 등교중이던 여중생 9명을 포함, 32명의 사망자를 내 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고 자성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가득했습니다. <br> <br>성수대교 참사를 기억하자는 '공간'은 지금 어떻게 돼 있을까. <br><br>"여기 지도 상에는 나오거든요?" <br> <br>성수대교 위령비는 현재 서울 성수대교 북단 IC 한 가운데 위치해 있습니다. <br> <br>고속도로로 둘러쌓여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. <br> <br>한쪽에선 불법 현수막을 거는중이고, <br> <br>[현수막업체 관계자] <br>"(위령탑이라서 제한이나 이런 거 없었나요?) 벌써 벌금 내고 떼기로 하고 붙여요. 벌금을 한 장당 15,000원 , 지자체에 떼기로 하고 (미리) 내요" <br> <br>위령비 근처로 가니 향은 바짝 마른 채 남아있습니다. <br> <br>아예 부서진 곳도 있습니다. <br> <br>(현장음) <br>"보니까 관리가 안돼서 시멘트가 떨어진 부분들이 많더라고요" <br> <br>불법 주차도 많습니다. <br> <br>(현장음) <br>"위령비 방문객들은 없지만 이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엔 다른 차들이 가득합니다." <br> <br>지자체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. <br> <br>[서울시 관계자] <br>"우리 구에서 영업용 차량들이 간혹가다 주차를 해가지고." <br> <br>[서울시 관계자] <br>"우리는 시설물 관리를 하는데 주변에 풀이 나거나 쓰레기 청소 같은 건 성동구청에서 하고.." <br> <br>[외국인 관광객] <br>"이렇게 큰 참사현장의 추모비가 이렇게 돼 있다니 너무 불공평하다. 잘 조성되어서 많은 이들이 와보고 돌아보게끔 해야.." <br><br>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사망자를 낳은 화성 씨랜드 참사 현장은 어떨까. <br> <br>화성시에서 추진하는 추모공간 조성사업이 수년째 미뤄지면서 당시 참사 현장은 빈 공터로 남아있습니다. <br><br>당시 사고 현장인데요 이렇게 빈 공터로 남아있습니다. 참사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. <br> <br>인근 야자수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전혀 몰랐습니다. <br> <br>[관광객] <br>"아.. 몰랐어요" <br> <br>[관광객] <br>"여기가 그때 씨랜드였어요? 관광지에 역사에 관련된 내용 비문에다가 새겨놓잖아요. 처음 오는 사람들이 그거 읽어보고 아 여기가 이런 곳이었구나 상기시킬 수 있게끔 그런 시설은 혐오스럽다 생각이 안들죠." <br> <br>추모공간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추모비는 서울 송파 안전교육체험관에 세워졌고 일반인들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. <br><br>"사고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추모공간들. 그 목적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봐야할 때입니다. 현장카메라 여현교입니다."<br> <br>1way@donga.com